문화가 만든 사용자 경험의 차이
INSIGHT 2025.06.02
문화가 만든 사용자 경험의 차이
요즘 모바일 앱들을 보면, 너무 친절하지 않나요? 환영 인사부터 맞춤형 서비스 추천까지, 마치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화면마다 알림이 나와 살짝 피곤해지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최근에 글로벌 앱 프로젝트를 하면서 외국인 친구와 얘기해보니 그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 친구는 국내 앱이 너무 말이 많고, 한 문장 안에도 정보가 과하게 들어 있어서 피곤하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단순히 말투나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친절한 UX’가 과연 모두에게 친절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선 국내와 해외 앱의 UX 차이를 디자인, 언어, 인터랙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배경에 있는 문화적 요인을 분석해 볼 예정이에요.

01. 디자인 스타일: 정보 밀도 vs 여백의 미학

먼저 디자인 스타일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한국의 UI/UX 디자인은 빠르고 실용적이며 정보 밀도가 높은 특징을 지녔어요. 예를들어, 한국의 당근마켓 앱은 ‘동네 거래’, ‘동네 이야기’, ‘동네 먹거리’ 등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나열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바로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반면, 서양의 UI/UX 디자인은 오랫동안 미니멀리즘 원칙을 고수해왔어요. 개인의 선택과 탐색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 심플하고 직관적인 탐색 중심의 UX가 선호되고 있죠. 예를들어, 미국의 ‘CashApp’은 계좌와 주요 서비스만을 강조하고 여백을 크게 활용하고 있어요. 이처럼 서구권 디자인은 간결함과 여백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 디자인은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요.

<왼쪽: 당근마켓 | 오른쪽: CashApp>


또한 색상과 그래픽 스타일에서도 두 문화권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국내 앱들은 파스텔 톤이나 부드러운 색을 많이 쓰고, 귀여운 아이콘과 일러스트를 자주 활용해 친근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사용자에게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주고, 앱 자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말이죠.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 ‘토스’ 같은 한국 금융 앱이 부드럽고 중립적인 색상에 친숙한 그림체를 사용하고 있어요. 반대로 미국 등 서구권 서비스는 선명하고 대비가 강한 색상, 그리고 차갑고 전문적인 느낌의 아이콘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마 정보의 명확한 전달이나 기능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기 때문일 거에요. 미국의 금융앱들이 기업의 로고 색상을 강조하거나 ‘강렬한 색상과 굵은 글씨’ 조합을 많이 사용하는것 처럼 말이죠. 이처럼 국내의 디자인은 감성적이고 귀여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반면, 서구 디자인은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어요.

<왼쪽: 토스,카카오뱅크 | 오른쪽: CashApp, Plum>


02. UX Writing: 공손한 설명 vs 간결한 명령

다음은 UX 라이팅 측면에서 살펴볼게요. 국내 앱을 보면 글자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웬만한 버튼이나 아이콘에는 꼭 설명이 같이 있어서, 이게 무슨 기능인지 헷갈릴 일이 없죠. 반면에 서양 앱은 아이콘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도 많아서, 처음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뭔지 한참 생각해야 할 때도 있어요. 이러한 텍스트 중심의 디자인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문화에서 나온 거예요. 사용자 입장에서 뭘 눌러야 할지, 지금 상황이 뭔지 명확히 설명해 주니까 더 편하게 느껴지는 거죠. 또한 국내 앱은 UX문구도 다정하고 공손한 편이에요. "OO님을 위해 준비했어요"처럼, 존댓말로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죠. 반면에 서양 앱은 “Start now”, “Register”처럼 짧고 간결한 동사 중심의 표현으로 직접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에요. 정보가 명확하게 전달은 되지만,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죠. 정리하자면, 국내 앱은 친절한 말투로 사용자를 배려하는 느낌이고, 서양 앱은 짧고 명확하게 말해서 효율성과 직관성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왼쪽: 토스 | 오른쪽: Klarna, Revolut>


03. 인터랙션 구조: 집약형 구조 vs 탐색형 구조

그렇다면 인터랙션 측면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국내 앱은 핵심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화면 아래쪽에 네비게이션바를 두고 주요 기능을 바로 누를 수 있게 하고 있죠. 예를 들면, 카카오톡은 ‘채팅·친구·쇼핑·더보기’ 식으로 탭이 나뉘어 있고, 토스나 쿠팡도 결제나 검색 같은 기능을 버튼으로 고정해둬서 원하는 걸 몇 번만 눌러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반면에 서양 앱은 꼭 필요한 기능들만 보여주고, 나머지 기능은 상단 햄버거 메뉴나 사이드바에 숨겨두곤 해요. 이는 서구권 앱들은 사용자가 스스로 탐색하여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죠.

<왼쪽: 토스, 카카오톡 | 오른쪽: Suno, Upside>


또한 한국에선 '슈퍼앱' 형태가 아주 흔해요. 메신저, 쇼핑, 결제, 게임 등을 하나의 앱에서 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죠. 한국의 카카오톡만 봐도 선물하기, 쇼핑, 카카오페이, 게임까지 다 들어있고, 네이버 앱도 뉴스, 쇼핑, 예약 등을 전부 한 곳에서 할 수 있어요. 이는 한국 사용자들이 여러 앱을 왔다 갔다 하기보다는,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게 해결되길 원하기 때문이에요. 반면 미국과 같은 서구권은 앱마다 기능이 분리돼 있어요. 음악은 Amazon Music, 쇼핑은 Amazon Shopping, 영상 시청은 Prime Video를 이용하는 것처럼 각각 나눠서 써야 해요. 이러한 차이는, 한국은 '한 플랫폼에서 다 해결되면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서구권은 '기능 하나에 집중된 앱이 더 좋다'라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왼쪽: 카카오톡, 네이버 | 오른쪽: Amazon Music, Shopping, Prime Video>


04.기타 UX 요소의 차이

국내 앱을 쓰다 보면, 단순히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뭔가 더 ‘재밌게’ 만들려고 한 흔적이 보여요. 예를 들어 게임을 통해 포인트나 쿠폰을 주거나, 뱃지를 주는 식으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요소들이 꽤 많죠.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은 사용자 이탈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기도 해요. 실제로 국내 앱, 토스(Toss)가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어요. 반면, 서구권 앱들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도입하는 데 상대적으로 신중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듀오링고(Duolingo)는 언어 학습을 게임처럼 만들어 사용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된다고 느끼기도 하죠. 또한, 서구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나 리워드 관련된 법적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포인트나 리워드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어요.

<왼쪽: 토스 | 오른쪽:Duolingo>


로그인이나 인증도 국내 앱은 간편하게 잘 되어 있어요. 카카오나 네이버 등 소셜 계정으로 바로 로그인되고, 지문이나 얼굴 인식도 쉽게 연동돼서 처음 써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죠. 반면에 미국 앱은 아직 이메일을 입력하거나 구글, 페이스북 로그인 위주인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알림이나 피드백도 적극적인 편인데요, 카카오뱅크나 토스는 이체 성공 시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든지, 이벤트 알림도 시각적으로 크고 직관적이게 보여주고 있어요. 반면, 서구권 앱은 전체적으로 이런 요소들을 좀 더 절제된 방식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사용자에게 과한 정보 전달이나 지나친 시각·청각 자극은 오히려 거슬릴 수 있다는 문화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야놀자, 카카오뱅크 | 오른쪽: Airbnb, Snoonu>


05.문화적 배경: 왜 이렇게 다를까?

이처럼 국내 앱 UX가 서구권과 다르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디자인 차이 때문만은 아니에요. 문화적인 요소와 더불어 기술 발전 속도에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한국은 생활 전반에서 속도를 중요시하는 나라예요.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이다 보니, 앱도 당연히 빠르고 직관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기대가 있어요. 그래서 절차 하나하나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실수 방지를 위한 확인 창도 많죠. 반면 서구권은 한 번에 결과를 내는 걸 선호해서, 최대한 간단하고 직접적인 인터페이스를 선호해요.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려면 ‘문화적 맥락’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은 '고맥락(high-context)' 사회예요. 우리가 대화할 때 많은 걸 생략해도 척하면 척 알아듣는 것처럼요. 그런데 앱 UX에서는 오히려 이런 고맥락 문화가 반대로 작용해서, 사용자가 오해하거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봐 더 많은 정보를 설명해 주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디지털 환경에서는 표정이나 말투 같은 비언어적 단서가 없으니, 그걸 글자로 다 채워 넣는 거죠. 어떻게 보면 사용자가 헤매지 않도록 미리 다 챙겨주는 '정(情)'의 문화가 반영된 걸 지도 모르겠어요. 반면에 서구권, 특히 미국 같은 '저맥락(low-context)' 사회에서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앱 UX에서도 핵심만 간결하게 보여주는 걸 선호하고 있어요.

또한 한국의 앱들은 사용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요. 단계별 안내를 자세하게 한다거나, 확인 버튼을 여러 번 누르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는 한국 사용자에게는 '세심한 배려'로 느껴지지만, 다른 문화권 사용자에게는 '답답함'이나 '불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죠. '이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주지?' 싶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거예요. 보안에 대한 인식도 달라요. 한국은 보안 인증이나 안내 절차를 통해 ‘안심’을 주는 반면, 서구권은 번거로움 없이 ‘편리함’으로 신뢰를 주고 있죠.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소통 방식,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UX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용자 경험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쓰는 것이다 보니,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UX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것 처럼 말이에요.
<한국과 서구권의 앱 UX는 왜 다를까?>


06.글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국내 앱들은 기능도 풍부하고 사용성도 높지만, 해외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복잡하고 말이 많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문장 구성이나 표현 방식이 한국식 의사소통 문화에 맞춰져 있어서, 단순히 영어로 번역한다고 해서 다른 문화권 사용자의 낯섦이나 어려움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죠. 결국 사용자 경험이라는 건 언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사고방식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이제는 국내 앱들도 다양한 사용자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그들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고 느껴질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한국 특유의 친절함과 정교함이라는 강점은 그대로 살리되, 글로벌한 사용자경험도 함께 담으면서 말이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ext Lab. 이재연